소상공인일반2026. 8. 30. 오전 5:03:54조회 0
차례상 때문에 미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 미국에서 맞는 2026 추석
미국 사는 한인들에게 추석은 좀 이상한 날입니다. 달력에는 아무 표시가 없고, 회사는 그냥 평일이고, 아이들은 학교에 갑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부모님이 전화를 하시고, 카톡방에는 차례상 사진이 올라옵니다.
그러면 마음이 좀 불편해집니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네” 싶어서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에서 이 문제에 대한 답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유교 예법의 본산인 성균관에서 직접 정리해 발표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가 부담스러워하던 것들 중 상당수는 원래 규칙이 아니었습니다.
1. 올해 추석은 9월 25일입니다
2026년 추석 연휴는 9월 24일(목)부터 26일(토)까지이고, 추석 당일은 9월 25일 금요일입니다.
한국에 전화하려면 목요일 저녁
한국은 캘리포니아보다 16시간 빠릅니다(서머타임 기준). 이걸 계산하면 이렇게 됩니다.
미국 9월 24일 목요일 저녁 7시 = 한국 9월 25일 금요일 오전 11시
미국 9월 24일 밤 9시 = 한국 9월 25일 오후 1시
미국 9월 25일 새벽 3시 = 한국 9월 25일 저녁 7시
즉 미국에서 목요일 퇴근하고 저녁에 거는 전화가 한국의 추석 당일 오전에 닿습니다. 차례가 끝나고 가족이 모여 있을 시간입니다.
반대로 미국 금요일 아침에 걸면 한국은 이미 금요일 밤이 깊습니다. 어른들 주무실 시간입니다. 이거 매년 헷갈리는데, 목요일 저녁으로 기억하시면 됩니다.
2. 성균관이 정리한 것 — 이렇게 안 차려도 됩니다
2022년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습니다. 명절 상차림 부담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유교 예법을 지켜온 쪽에서 직접 나서서 기준을 정리한 것입니다.
홍동백서, 조율이시 — 근거가 없습니다
우리가 명절마다 신경 쓰던 그 규칙들 있잖습니까.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 대추 밤 배 감 순서.
성균관은 “홍동백서나 조율이시라는 말은 어떤 예서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어디서 시작됐는지도 불분명한 말이 규칙처럼 굳어졌다는 겁니다.
그리고 “놓는 순서나 자리는 중요하지 않다”고 못박았습니다.
전은 부치지 않아도 됩니다
이게 제일 놀라운 부분일 겁니다. 명절 하면 떠오르는 게 하루 종일 전 부치는 풍경인데요.
성균관은 「사계전서」 의례문해에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다”라는 기록이 있다는 근거를 들었습니다. 전을 부치는 것이 오히려 예법에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뭘 올리면 되나
위원회가 시연한 상에는 사과, 배, 밤, 떡, 고기, 채소, 술 등 아홉 가지가 올라갔습니다. 전체적으로 열 가지 내외면 충분하다는 것이 표준안의 내용입니다.
거기다 형편에 따라 고기나 생선을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음식의 가짓수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정리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조정하시면 됩니다
시간 — 한국 시간에 맞출 필요 없습니다. 가족이 모이는 때가 기준입니다
지방 — 한지에 붓글씨로 쓰기 어려우면 사진을 놓으셔도 됩니다
장소 — 거실 테이블로 충분합니다. 병풍 없어도 됩니다
술 — 정종 구하기 어려우면 물이나 차로 대신합니다
3. 한인마트에서 이것만 사면 됩니다
송편 — 냉동으로 나옵니다. 쪄서 내면 됩니다
과일 — 사과와 배. 한국 배가 없으면 미국 배로 하셔도 무방합니다
나물 — 시금치, 고사리, 도라지. 반찬 코너에서 사셔도 됩니다
고기 — 산적용 소고기나 간단한 구이 하나
술 — 정종 또는 청주
일주일 전에 한 번 다녀오시는 걸 권합니다. 한인마트 송편과 나물은 연휴 직전 주말에 빠르게 나갑니다. 큰 마트는 추석 선물세트도 이 시기에 들어옵니다.
4.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하나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추석은 설명이 필요한 날입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한 문장으로 — “추수감사절이랑 비슷한 날인데, 조상님께 인사드리는 날이야”
영어로 — Korean Thanksgiving 이라고 하면 대개 통합니다
보름달 — 음력 8월 15일, 1년 중 가장 둥근 달이 뜨는 날이라고 알려주세요
같이 하기 — 송편 빚기는 아이들이 제일 잘 참여합니다. 모양이 엉망이어도 상관없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기억하는 건 상차림이 아니라 그날 집안 분위기입니다.
5. 차례를 안 지내는 집이라면
안 지내는 집도 많습니다. 종교 때문일 수도 있고, 그냥 안 하게 됐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괜찮습니다.
가족끼리 한 끼 —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영상통화 한 통 — 한국 부모님께는 이게 제일 큽니다
이야기 한 번 — 돌아가신 분 이야기를 아이에게 해주는 것. 사실 차례의 원래 목적이 이겁니다
추석에 미국에 있다는 것 자체로 미안해하실 일은 아닙니다. 성균관도 형편에 맞게 하라고 했습니다. 그 형편에는 태평양 건너에 산다는 사정도 당연히 들어갑니다.
올해 추석은 어떻게 보내실 계획인가요? 댓글로 나눠 주세요. 미국에서 차례 지내는 법, 한인마트 정보, 아이들과 하는 것들 — 서로 참고가 됩니다.
차례상 표준안 내용은 2022년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발표를 정리한 것입니다. 시차는 미국 태평양 서머타임(PDT) 기준이며, 11월 1일 서머타임 종료 후에는 한국과의 시차가 17시간으로 바뀝니다. 사진은 Wikimedia Commons의 자유 이용 라이선스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