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일반2026. 8. 29. 오후 4:20:09조회 0
그 짬뽕 같던 국물집, 문 닫은 게 아니었습니다 — 모스랜딩
1번 국도를 타고 산타크루즈에서 몬터레이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바다 옆에 굴뚝 두 개가 하늘로 솟아 있는 구간이 나옵니다. 그 굴뚝이 있는 동네가 모스랜딩(Moss Landing)입니다. 인구 200명 남짓, 차로 지나가면 3분이면 끝나는 마을인데, 몬터레이만에서 해달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이자 세계적인 해양 연구소가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동네를 기억하는 한인 손님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대개 풍경이 아니라 국물입니다. 토마토 국물에 게 다리와 홍합, 조개, 흰살생선이 통째로 들어간 그 빨간 해산물탕. 짬뽕 국물 같다고들 하는 그 음식입니다.
먼저 그 국물집부터 — 문 닫은 게 아니라 이사 갔습니다
많은 분들이 팬데믹 때 없어진 줄 알고 계신 그 집은 필스 피쉬마켓 앤 이터리(Phil's Fish Market & Eatery)입니다. 모스랜딩 샌드홀트 로드(7600 Sandholdt Rd) 부두 끝에 있던 창고 같은 건물이었고, 줄 서서 먹던 집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망한 게 아니라 옮겨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잘 하고 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필스가 쓰던 그 건물의 주인은 MBARI(몬터레이만 해양연구소)였고, 필스는 2000년부터 MBARI의 세입자였습니다. MBARI가 그 자리에 3만 3천 제곱피트짜리 새 연구시설 — 자율 무인잠수정을 싣고 내리고, 데이터를 받고, 정비하는 시설 — 을 짓기로 하면서 건물을 헐게 됐습니다. 사실 MBARI는 2008년부터 이 계획을 공개해 왔습니다. 카운티 인허가가 십몇 년을 끌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필스는 2022년 여름 모스랜딩 자리를 접었고, 약 두 달 문을 닫았다가 2022년 12월 캐스트로빌(Castroville)에서 다시 열었습니다. 팬데믹 때문에 망한 게 아니라, 임대 건물이 헐려서 나온 겁니다. 어느 날 가 보니 문이 닫혀 있었던 게 바로 그 시기입니다.
지금은 여기로 가시면 됩니다
Phil's Fish Market & Eatery
10700 Merritt St, Castroville, CA 95012 · (831) 633-2152
옛날 자리에서 딱 3마일, 차로 6~7분 거리입니다. 1869년에 지어진 건물인데 원래 한 칸짜리 학교였다가 잡화점, 이탈리안 식당을 거쳐 지금 필스가 들어갔습니다. 전에는 없던 전용 주차장이 있고, 실내와 야외 좌석이 다 있습니다.
식당: 일~수 오전 10시 ~ 저녁 7시 / 목~토 오전 10시 ~ 저녁 8시
피쉬마켓(생선 판매): 매일 오전 8시 30분 ~ 오후 6시
메뉴: 치오피노(그릇 단위, 여럿이면 버킷으로도 주문), 피시앤칩스, 숯불 연어, 샌드댑, 멕시칸 새우 칵테일
주인 필 디지롤라모 씨는 옮긴 뒤 오히려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모스랜딩 부두 끝에는 없던 지나가는 사람과 차가 이쪽에는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 국물의 정체 — 치오피노(Cioppino)
짬뽕 같다고 느끼신 게 맞습니다. 치오피노는 19세기 샌프란시스코 노스비치에 정착한 이탈리아계 어부들이 그날 팔고 남은 잡어와 조개를 한 냄비에 넣고 토마토와 와인으로 끓여 먹던 음식입니다. 즉 이탈리아 요리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이탈리아계 미국 음식입니다.
게, 홍합, 조개, 새우, 오징어, 흰살생선을 껍질째 넣고 토마토·마늘·와인 국물에 끓여 마늘빵을 찍어 먹습니다. 국물이 얼큰하다기보다 진하고 짭짤한 쪽이지만, 해산물을 통째로 우려낸 그 느낌 때문에 한국분들이 짬뽕을 떠올리는 겁니다. 필스의 치오피노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서 골드벨리(Goldbelly)를 통해 미 전역 배송도 합니다.
모스랜딩 안에도 필스가 하나 남아 있습니다
필스는 본점을 옮기면서도 모스랜딩 안의 작은 가게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Phil's Snack Shack & Deli
7912 Moss Landing Rd, Moss Landing · (831) 633-1775
월~금 오전 7시 ~ 오후 3시 / 토 오전 7시 ~ 오후 2시 / 일요일 휴무 (아침 메뉴는 7시~11시)
브렉퍼스트 부리토, 팬케이크, 뉴잉글랜드 클램차우더, 칼라마리·스내퍼·샌드댑 샌드위치를 합니다. 다만 여기에는 치오피노가 없습니다. 국물이 목적이면 캐스트로빌 본점으로 가셔야 합니다.
그리고 모스랜딩 자체가 볼 게 있습니다
모스랜딩은 엘크혼 슬라우(Elkhorn Slough)의 입구입니다. 2,500에이커의 갯벌과 습지, 7마일짜리 물길이 내륙으로 이어지는데, 미국에서 해달과 새를 보기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로 꼽힙니다. 몬터레이만에서 해달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여기입니다. 물범, 바다사자, 펠리컨, 백로, 레오파드 상어도 삽니다.
동물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지형입니다. 모스랜딩 바로 앞바다가 몬터레이 해저협곡의 머리 부분인데, 그랜드캐니언에 맞먹는 깊이의 협곡이 해안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까지 파고들어 옵니다. 그래서 심해의 영양분이 얕은 물까지 올라오고, 먹이가 몰리니 동물이 몰립니다. 몬터레이만 수족관도, MBARI도, 모스랜딩 해양연구소도 다 이 협곡 때문에 여기 있는 겁니다.
보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폰툰 보트 투어 — 엘크혼 슬라우 사파리. 1시간 30분, 성인 46달러 선. 자연해설사가 동승하고 쌍안경을 빌려줍니다. 남쪽 하버 A독에서 출발, 체크인은 7981 Moss Landing Rd. 예약 (831) 633-5555. 물에 젖지 않고 편하게 보는 방법입니다.
카약 — 몬터레이베이 카약(2390 Highway 1, 북쪽 하버). 4시간 기준 2인용 1인당 45달러, 1인용 53달러, 패들보드 53달러. 매일 9시~5시, 예약 없이 워크인 가능, 주차 14달러. 5세 이상부터 가능하고 5~12세는 어른과 2인용을 타야 합니다. 해달과 물범에게서 배 5척 길이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고래 투어 — 생추어리 크루즈(7881 Sandholdt Rd). 2~3시간 68.90달러, 3~4시간 90.10달러. 혹등고래와 돌고래는 연중, 여름·가을에는 대왕고래와 긴수염고래, 겨울에는 회색고래가 지나갑니다.
굴뚝 두 개 이야기 — 이건 알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보이는 그 굴뚝은 모스랜딩 발전소입니다. 1950~70년대에 지어져 캘리포니아 전력의 큰 몫을 담당했고, 지금은 세계 최대급 배터리 저장시설로 쓰입니다.
그런데 2025년 1월 이 배터리 시설에 큰 불이 났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화재 중 하나로 기록됐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정리가 안 된 상태입니다. 정부와 사업자 쪽 검사에서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나왔지만, 모스랜딩 해양연구소의 독립 연구는 화재 직후 엘크혼 슬라우에서 니켈·코발트·망간 수치가 급등했다고 보고했고, 주민 모금으로 진행한 검사도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카운티 보건 설문에서 1,275명이 두통·호흡곤란·금속 맛 등의 증상을 보고했습니다. 원인 조사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이 화재로 동네 식당 하나가 직접 타격을 받았습니다. 모스랜딩의 명물이던 오뜨 엔칠라다(The Haute Enchilada Cafe & Gallery)는 2025년 2월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가, 2026년 2월 12일에 카운터 서비스 방식으로 축소해 다시 열었습니다. 50명 넘는 지역 작가 작품을 거는 갤러리는 그대로 운영합니다.
지금 기준으로 방문객의 출입을 막는 통제는 없습니다. 다만 이런 상황이라는 건 알고 가시는 게 맞고, 예민하신 분은 하루 코스로 짧게 다녀오시는 걸 권합니다.
앤티크 — 이 동네의 원래 명물
1860년대 모스 선장이 고래잡이 항구로 세운 동네라 오래된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고, 1번 국도변에 골동품 가게가 줄지어 있습니다. 해양 연구가 들어오기 전까지 이 동네를 먹여 살린 게 사실상 앤티크였습니다.
1년에 한 번 모스랜딩 앤티크 스트리트 페어가 열립니다. 매년 7월 마지막 일요일이고,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수집가들이 몰려옵니다. 2026년 행사는 7월 26일에 이미 끝났으니, 관심 있으시면 2027년 7월 마지막 주 일요일을 달력에 표시해 두시면 됩니다. 문의는 모스랜딩 상공회의소 (831) 633-4501.
하루 코스로 묶으면
베이지역에서 가시면 이렇게 묶는 게 무난합니다.
오전 9시~10시 — 엘크혼 슬라우 사파리 보트 또는 카약 (물때상 오전이 잔잔합니다)
정오 — 캐스트로빌 필스 피쉬마켓에서 치오피노 (하버에서 6~7분)
오후 — 1번 국도변 앤티크 가게 순례, 모스랜딩 스테이트 비치 산책
해질녘 — 하버에서 굴뚝 실루엣 사진
SF에서 1번 국도로 약 1시간 45분, 산호세에서 약 1시간입니다. 몬터레이·카멜 가는 길에 한 시간 반만 끼워 넣어도 충분히 남는 동네입니다. 모스랜딩 스테이트 비치는 이안류가 강해서 수영은 권하지 않습니다. 산책과 사진만 하시면 됩니다.
가격과 영업시간은 2026년 8월 기준으로 확인한 내용입니다. 특히 보트·카약 투어는 계절과 물때에 따라 운항 시간이 달라지니 가시기 전에 전화로 한 번 더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 / CC BY-SA / CC0 / Public Do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