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본사 돌기, 다들 한 번씩 해보시죠. 그런데 열에 아홉은 순서를 거꾸로 짭니다. 가까운 데부터 돌다가 마지막에 멘로파크에서 산호세로 내려오는데, 그 구간이 하필 101번 남행 퇴근길이에요. 28마일짜리가 80분 걸립니다. 하루의 마지막을 그렇게 버리시면 안 되죠.
아침에 280번 타고 멘로파크까지 한 번에 올라간 다음, 하루 종일 남동쪽으로 내려오면서 찍고 집으로 온다. 이게 전부입니다.
이렇게 하면 마지막 구간이 28마일이 아니라 4마일이 됩니다. 어도비 앞에서 사진 찍고 걸어서 저녁 먹으러 가면 돼요.
A안 · 랜드마크만 (주말 추천, 입장료 0원)
07:45 산호세 출발 → I-280 북행. 85번과 101번을 피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08:30 · 메타 (1 Hacker Way, Menlo Park). 무한대 로고 간판. 여기서 남들이 놓치는 게 하나 있어요. 간판 뒷면에 옛 Sun Microsystems 로고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이 자리를 인수하면서 일부러 안 지웠어요. 잘나가던 회사도 사라진다는 걸 매일 보라고요. 앞뒤 다 찍으세요.
09:20 · HP 개러지 (367 Addison Ave, Palo Alto). 실리콘밸리 발상지, 캘리포니아 사적 976호. 지금도 사람이 사는 개인 주택이라 길에서만 봅니다. 조용한 주택가니까 차 얌전히 대세요.
10:15 · 구글 비지터 익스피리언스 (2000 N Shoreline Blvd, Mountain View). 용비늘 지붕 건물, 광장 아트, 구글 스토어. 주차 무료.
11:45 · 애플파크 비지터센터 + Mirage (10600 N Tantau Ave, Cupertino). 점심은 여기 카페 맥스에서 해결하세요.
13:15 · 엔비디아 Endeavor·Voyager (2788 / 2888 San Tomas Expy). 삼각 지붕이랑 산 모양 지붕, 둘 다 건축이 볼만합니다.
14:10 · 삼성 반도체 타워 (3655 N 1st St, San Jose). 계단식 정원이 층층이 튀어나온 10층 유리 타워. 북산호세에서 건축으로 볼만한 건 솔직히 이거 하나입니다.
15:00 · 어도비 4개 타워 (345 Park Ave, 다운타운). 해질 무렵에 다시 오시면 산호세 세마포어가 켜집니다. 옥상에서 돌아가는 조명 작품인데 2006년부터 계속 돌고 있어요. 그날 찍는 사진 중에 제일 좋은 컷이 여기서 나옵니다.
B안 · 박물관까지 넣으려면 수·목·금
인텔 박물관은 주말에 닫고, 컴퓨터 히스토리 박물관은 월·화에 닫습니다. 둘 다 열려 있는 날이 수·목·금뿐이에요.
메타 → HP 개러지 → 구글 비지터센터 → 컴퓨터 히스토리 박물관(구글에서 0.7마일, 차로 3분) → 애플파크 → 인텔 박물관 → 어도비. 인텔은 5시 정각에 문을 닫으니까 이게 그날의 유일한 마감 시간입니다. 여기만 안 늦으면 됩니다.
인터넷에 아직 돌아다니는 헛정보
페이스북 엄지척 간판은 2021년 10월에 없어졌습니다. 지금은 메타 무한대 로고예요. 아직도 엄지척 보러 가라고 써놓은 블로그가 수두룩합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잔디밭 조각상들도 2022년 2월에 철거됐습니다. Landings Drive 쪽으로 가시면 공사장 흙바닥만 보고 옵니다. 그쪽에 있던 구글 굿즈샵도 문 닫았어요.
애플파크의 그 도넛 건물은 사실상 못 찍습니다. 언덕이랑 나무로 일부러 가려 놨어요. 옥상 테라스에 올라가도 나뭇잎 사이로 조금 보이는 정도입니다. 기대를 미리 내려놓고 가시면 비지터센터 건물 자체랑 옆의 Mirage 설치작품이 꽤 괜찮게 보입니다.
과감하게 버릴 곳
줌은 다운타운 빌딩에 세 들어 있는 거라 간판도 없습니다. 링크드인, 웨스턴디지털, 브로드컴은 그냥 사무실 단지고요. 자일링스는 AMD에 흡수되면서 브랜드 자체가 없어졌습니다 — 찍을 게 존재하지 않아요. 주니퍼는 HPE에 인수됐고, 테슬라 프리몬트는 왕복 50분 더 걸리는데 공장 투어가 없습니다.
오라클 레드우드쇼어스도 빼세요. 2020년에 본사를 텍사스로, 2025년에 내슈빌로 옮겼습니다. 원통형 건물은 여전히 예쁜데 이제 본사가 아니고, 산호세에서 28마일 반대 방향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