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준의 미래제작소 게임 제작기 마무리 — 재미를 찾는 일이 게임을 만든다
윤태준 교수 (동의대 게임영상공학전공 · 게임 그래픽/애니메이션) · 2026년 8월 17일
윤태준의 미래제작소 · 게임 제작기 마무리 게임을 만들며 ‘무엇이 사람을 다시 한 번 플레이하게 하는가’를 배우기 시작한 기록입니다.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재미의 이유를 계속 묻는 일** 처음부터 리듬 게임을 만들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비행하고, 피하고, 쏘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화면 속 기체가 앞으로 나아가고, 위기가 다가오고, 그 순간 손끝의 선택이 장면을 바꾸는 게임이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음악과 타이밍이 들어왔습니다. 적이 보내는 신호와 내가 누르는 순간이 맞아떨어질 때, 단순히 적이 사라지는 것보다 훨씬 또렷한 감정이 생겼습니다. “내가 지금 해냈다”는 감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이 프로젝트는 계획표에서 출발한 리듬 게임이라기보다, **전투의 타격감과 반응을 찾다가 우연히 리듬의 언어를 만나게 된 게임**이 됐습니다. 게임의 본질은 ‘규칙’보다 손끝의 반응에 있었습니다 기능을 만들다 보면 규칙부터 설명하고 싶어집니다. 어떤 버튼을 누르는지, 어떤 시스템이 기록되는지, 무엇이 몇 박으로 움직이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플레이하는 사람에게 먼저 남는 것은 설명이 아닙니다. 눈앞에서 위험이 읽히는가. 내가 누른 순간 소리와 화면이 함께 반응하는가. 적을 맞혔을 때 장면이 정말 달라졌다고 느껴지는가. 실패했을 때 “왜 틀렸는지”와 “다음에는 무엇을 하면 되는지”가 보이는가. 저는 이 네 가지가 타격감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좋은 타격감은 큰 폭발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예고, 선택, 반응, 결과**가 짧은 순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생깁니다. 플레이어가 자기 행동의 이유와 결과를 납득할 때, 게임은 비로소 손에 붙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많은 것’이 아니라 ‘내가 바꾼 것’일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화면을 더 채우고 싶었습니다. 더 화려한 도시, 더 많은 빛, 더 큰 효과, 더 많은 장비와 적. 만드는 사람에게는 무엇인가 계속 추가되는 일이 진전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화면에 무엇이 많이 있느냐보다, **내가 한 선택이 게임 안에서 분명하게 남는 순간**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서는 화면의 중심을 비우고, 위험을 더 읽기 쉽게 만들고, 선택한 장비가 다음 전투의 느낌을 바꾸도록 다시 손봤습니다. 멋있어 보이는 것과 재미있는 것은 같지 않다는 사실을, 만들면서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해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 번의 수정으로 방향이 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날은 기체가 멋있었지만 노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떤 날은 시스템은 작동했지만 손맛이 약했습니다. 어떤 날은 점수는 올랐지만 내가 잘하고 있다는 느낌이 부족했습니다. 기능을 하나 고칠 때마다 다른 부분이 다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지금도 ‘정답을 찾은 결과물’이 아니라,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배워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저는 이 시간이 헛돌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재미는 기획서 안에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움직여 보고, 어색한 장면을 인정하고, 다시 고치며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8박은 본질이 아니라, 한 번의 실험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8박 기록과 ECHO 시스템은 중요한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게임의 전부는 아닙니다. 그 장치는 한 가지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플레이어가 잘한 순간이 화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기록과 재생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그 시스템은 바뀔 수 있습니다. 더 단순해질 수도 있고, 다른 방식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시스템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가 공격의 흐름과 자기 선택의 힘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제는 ‘8박을 어떻게 더 강조할까’보다, **전투가 얼마나 시원하게 읽히고, 맞혔을 때 얼마나 기분 좋고, 다시 한 판 하고 싶게 만드는가**를 더 오래 고민하려 합니다. 이 프로젝트가 남긴 것은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공부입니다 이 게임을 통해 저는 AI로 무언가를 빨리 만드는 것과,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전혀 다른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AI는 이미지와 아이디어, 구현의 속도를 높여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어떤 장면에서 플레이어가 기뻐해야 하는지, 실패한 이유를 어떻게 다음 시도로 바꿀지는 결국 제작자의 몫입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여기서 끝나는 동시에 다음 시작이 됩니다. 다음 게임에서는 더 빠르게 만들기보다, 더 빨리 플레이하게 하고 더 솔직하게 고치고 싶습니다. 학생들에게도 “처음부터 완벽해서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말이 아니라 이 기록으로 보여 주고 싶습니다. 마치며 아직 이 게임이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는 저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처음보다 분명해진 것은 있습니다. 게임을 만든다는 일은 기능을 쌓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손끝에 남을 한 순간을 찾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 한 순간은 쉽게 오지 않아서, 계속 만들고 지우고 다시 고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글은 한 프로젝트의 마침표이지만, 제게는 다음 질문을 시작하는 쉼표입니다. **다음에는 어떤 선택이 더 재미있게 느껴질까?** **SYNC FORGE: ECHO RAID — 현재 프로토타입의 실제 게임 화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