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 모눈종이 위에서 시작된 게임의 꿈
윤태준 교수 (동의대 게임영상공학전공 · 게임 그래픽/애니메이션) · 2026년 8월 9일
1983년 또는 1984년쯤, 중학생이던 나는 금성 컴퓨터 FC-150 앞에 앉아 매일 밤을 새우곤 했다. 프로그램을 제대로 아는 것도 아니었다. 당시 컴퓨터 잡지와 일본 잡지에 실린 코드를 한 줄씩 따라 입력하고, 실행해 보고, 에러가 나면 다시 처음부터 들여다보는 일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 과정이 이상할 만큼 즐거웠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모눈종이였다. 한 칸 한 칸 좌표를 찍어 작은 그래픽을 만들고, 언젠가는 내가 직접 스타워즈 같은 우주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상상했다. 어느 날 화면에 내가 만든 작은 우주선과 별들이 그려졌다. 그 뒤로는 더 나아가지 못했다. 게임은 완성되지 않았고, 화면 속 그래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다음 이야기는 머릿속으로만 계속 만들었다. 시간이 흐른 뒤, 1998년 IMF 직후 친구들과 다시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함께 《둘리의 대모험 2》와 《탈》을 개발했고, 이후에는 교육 현장으로 갔다. 온라인 게임 개발도 1년 정도 경험했지만, 개발과 교육을 오가며 지내는 동안 마음 한쪽에는 늘 같은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언젠가 정말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끝까지 만들어 보고 싶다.’ 나는 그래픽을 중심으로 일해 온 사람이라, 게임 개발을 하려면 결국 프로그래밍의 벽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바이브 코딩이 가능해지면서, 오랫동안 마음속에만 있던 게임 개발에 다시 본격적으로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방학에는 하루 12시간 이상씩 매달렸다. 처음에는 2D 게임부터 시작했고, 지금은 3D 게임까지 확장해 가며 계속 만들고 있다. 예전의 개발 기억을 다시 꺼내고, 그때 만들지 못했던 게임을 이제야 조금씩 현실로 옮기는 중이다. 처음 목적은 거창하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도움이 될 만큼, 내가 먼저 직접 부딪혀 보고 경험한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재미가 붙으면 끝까지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어느새 두 달 가까이 강행군을 하며 여러 게임과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것은 오래 버티며 계속 만드는 끈기다.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시간도 아직 있으니, 하나씩 모두 만들어 보려 한다. 그 첫 결과로, 아직 개발 중이지만 게임다운 모습을 갖춰 가는 프로젝트 두 개를 먼저 소개하려 한다. 오늘은 그중 리듬 액션 게임이다. ## SYNC FORGE: ECHO RAID **SYNC FORGE: ECHO RAID**는 내가 연주한 리듬을 전투기 편대가 그대로 따라 하며 싸우는 3D 리듬 슈팅 게임이다. 박자에 맞춰 공격하고, 전투 중 음악과 무기를 조합해 나만의 편대를 만든다. 내가 입력한 리듬과 움직임은 다음 구간에서 ‘에코 편대’가 되어 반복되고, 플레이어는 그 편대와 함께 거대한 보스를 공략한다. 단순히 노트를 맞히는 게임이 아니라, **내가 연주한 리듬이 곧 전투 방식이 되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아래에 현재 스크린샷과 게임플레이 영상을 함께 올린다. 아직은 개발 중이지만, 방학이 20일 이상 남아 있는 만큼 그때까지 더 다듬어 완성도를 높여 볼 생각이다. 40여 년 전, 작은 CRT 화면 속 별 하나를 보며 멈췄던 상상이 이제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지 1 삽입 — FC-150 앞에서 밤새 코드를 입력하던 어린 시절] [이미지 2 삽입 — 모눈종이 위 좌표와 CRT 화면 속 작은 우주선] [이미지 3 삽입 — 1998년, 친구들과 CRT 컴퓨터 앞에서 게임을 만들던 작은 작업실] [이미지 4 삽입 — 어린 시절의 모눈종이와 지금의 3D 게임 개발 화면이 이어진 작업실] [이미지 5 삽입 — 리듬 궤적을 따라 편대가 전투하는 3D 슈팅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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